글읽기1 지면(地面, Ground )에 지면(紙面, Paper) 펼치기 1. 글쓰기와 글 읽기의 무한성 조용하게 아무도 없는 시간에 연필을 들고 종이를 펼친다. 글감이 쉬이 몰려오고 몰입이 일어나는 시간!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의도적 글쓰기로 따지면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사건이 도래함을 방해한다. 마치 오래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를 오래간만에 가동하는 듯하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 시절만큼 생각도 한참 꾸물거리며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밤에는 잠을 자는 게 맞는 모양이다. 글거리를 밀쳐내고 잠자리에서나 궁리할 요량이다. 다음날 어느 곳으로 발길을 옮기던 순간, 길바닥이며 나뭇잎,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상상과 이야기가 내 곁으로 다가와 웅성거리는 것이 아닌가! 어지러운 행보에서는 글도 마구 날아가버릴 것 같은 데, 그게 아니다. 글을.. 2024. 4.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