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잔여'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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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2

반복이란 말 만 반복된다 1. 전에도 뵈었죠?"네, 네! 작년 것과 별로 변동이 없을 것이라 해서 손을 좀 본 다음에 미리 작성한 양식이거든요."방금 곁을 지나는 데 이런 통화 내용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연간 반복되는 것을 대비해 예비하느라 일을 진행하는 것 같다. 요즘은 지난 뉴스를 색인해 보기가 매우 쉽다. 수천만 권 분량의 기사가 인터넷에 가득 저장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 오롯이 지나간 것이 있을까?현재는 지난 일의 반복이고, 미래는 오늘의 되풀이일 것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허리케인은 예전에도, 지금도, 다음에도 규모와 시간이 다를 뿐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교훈이라는 건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뿐이다. 여전히 피해 규모를 줄이는 정도뿐이지...그렇다고 역사주의자처럼 역사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 2024. 5. 15.
잘 안들려요, 말로 하세요(2) 1. 사람에겐 소리이지만 그들에겐 언어입니다. 햇살이 따갑다. 작열하는 햇빛 아래로 벌들이 꿀을 채집하느라 분주하게 꽃송이를 옮겨 다니며 웅웅거린다.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차양 아크릴 지붕은 몸을 비틀며 균열하듯이 '뜨덕' 소리를 낸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아, 더워!" 행인들의 입에서는 이런 푸념이라도 터지지만, 사물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온 몸으로 흡수하는 뜨거움이야 이미 행인들의 기피 대상이 될 뿐, 그늘을 찾는 이외엔 환영받지 못한다. 이 즐거운 날의 성찬을 탐닉해 바삐 하루를 엮어 가는 것들도 많기는 하지만... 벌들이 무수히 '붕붕'거리며 날개짓을 해대는 것은 분명 꿀을 제공하는 꽃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이리라! 꽃들은 암술을 밝게 내밀어 이.. 2024.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