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2 바뀌는 것 모퉁이를 돌다가 사람과 부딪힌다. 곡각진 곳이라 누군가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을 하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결과적으로는 예측을 했던 그렇지 않았던 동일한 사태가 벌어진다다만 짐작했을 때는 충돌을 대비해 걷는 속도를 늦추거나, 회전 반경을 넓혀 돌아 나가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어 결국 부딪힌다.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되어 있다. 사건 같은 우연성이란 게 존재할까?그 개념을 잘 모르겠지만 세상 일은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세상을 설명하는 많은 이론들은 사실상 사후적이다. 알아듣지 못할 정밀한 분석과 논리로 설명하지만, 그것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세계를 일관성있게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알랭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같은 걸 보면, 하다 하다 수학.. 2024. 7. 25. 지면(地面, Ground )에 지면(紙面, Paper) 펼치기 1. 글쓰기와 글 읽기의 무한성 조용하게 아무도 없는 시간에 연필을 들고 종이를 펼친다. 글감이 쉬이 몰려오고 몰입이 일어나는 시간!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의도적 글쓰기로 따지면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사건이 도래함을 방해한다. 마치 오래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를 오래간만에 가동하는 듯하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 시절만큼 생각도 한참 꾸물거리며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밤에는 잠을 자는 게 맞는 모양이다. 글거리를 밀쳐내고 잠자리에서나 궁리할 요량이다. 다음날 어느 곳으로 발길을 옮기던 순간, 길바닥이며 나뭇잎,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상상과 이야기가 내 곁으로 다가와 웅성거리는 것이 아닌가! 어지러운 행보에서는 글도 마구 날아가버릴 것 같은 데, 그게 아니다. 글을.. 2024. 4.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