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다가 사람과 부딪힌다. 곡각진 곳이라 누군가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을 하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결과적으로는 예측을 했던 그렇지 않았던 동일한 사태가 벌어진다
다만 짐작했을 때는 충돌을 대비해 걷는 속도를 늦추거나, 회전 반경을 넓혀 돌아 나가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어 결국 부딪힌다.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되어 있다. 사건 같은 우연성이란 게 존재할까?
그 개념을 잘 모르겠지만 세상 일은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세상을 설명하는 많은 이론들은 사실상 사후적이다. 알아듣지 못할 정밀한 분석과 논리로 설명하지만, 그것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세계를 일관성있게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알랭바디우의 존재와 사건 같은 걸 보면, 하다 하다 수학까지 동원해 그의 이론을 설명한다. 집합론을 잘 아는 사람은 별 것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수학에서 어떤 착상을 했다는 것은 독특하기는 하다. 근대 이전으로 가면 수학이 곧 철학이었으니 다시 일반적인 것으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암튼 일반인이 그의 이론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그러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일까?
사후적으로 구성된 그의 이론을 이해하기 힘들어
다수가 그의 책을 집어던지는 순간, 사건이니 진리니 하는 것은 별 지식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발생했다. 그것의 발생을 이끌거나 기획하는 일이 훨씬 중요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요란하게 알아듣지 못하게 설명하는 세상은 일반 평범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차이라면, 그것을 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발견 뿐이다.
물론 아무도 모르고 자내온 것을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 설명이 있음으로써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번복되는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사태는 복집한 구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루어졌다. 그것을 복잡하게 한 것은 오히려 사후적 설명이었다. 일의 진행에 대한 변명으로서가 아니라, 일이 벌어진 결과에 대한 해명이었다. 그러니 위대한 철학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기보다는, 바뀐 세상이 철학자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