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2 법의 형식 법은 고정되어 있으며 현행 질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된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같이 급변하는 세계에서는 규정 내용은 늘 지체된다. 말하자면 최소한 현재가 진행되고 있는 데 과거가 적용되는 셈이다. 거기에 미래가 작동하는 상황이면 아예 절망적인 일이다. 카프카 소설에서 보듯이, 법 형식은 '법'이라는 문을 통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런 형식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문지기가 보기에 줄을 선 대기자가 통과 여부를 심사받아야 할 대상인지 여부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종전 기준으로 출입을 제한하던 판단은 혼란을 겪게 된다.문제는 머뭇거리는 문지기 뒤에서, 현실을 뒤흔드는사태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이는 참 모순적이다.법은 그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면, 어떤 신종 .. 2024. 11. 29. 모두가 떠난 자리 1. 비가 갑자기 투둑 하며 내리다가 그쳤다. 뜨거운 날씨라 잠시 시원한 공기가 가른다. 그러다 금세 그쳐 버렸다."올 테면 시원하게 확 내려 버리지. 잠깐 오다가 말 일은 뭐지?"많이 졸리는 시간이다. 밖을 나서면 숨을 헉헉거려야 하니, 그건 면한 셈이다. 건너편 아파트에선 리모델링을 하는 모양이다. 드릴 같은 게 웅웅 거리며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이곳에 정착한 지도 거의 30년이 다 되어 간다. 참 미련한 일이다. 남들은 다 더 크고 새로 지은 곳으로 떠나가 버린 마당에 우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우리를 포함해 주변은 모두 재건촉을 위한 안전진단을 통과해, 아파트마다 성공적 사업 추진을 기원한다는 현수막이 나부낀다.'저러고도 요즘은 사업성이 있을까?'인구도 줄고 지방도 쪼그라드는 판에, 예전처럼.. 2024. 6.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