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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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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nmakeit62 2024. 10. 8.

 

도서관에서 책을 고른다. 너무나 많은 책속에서 선택 장애를 일으킨다. 막상 집어들고 나면 제대로 보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린 결단이다. 이번엔 마음먹고 끝까지 한 번 완독하리라 결연히 일어선다. 그런데 역시나 시작부터 암흑이다.

두껍기도 할 뿐 더러 어렵기까지 하다. 안좋은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역자의 생각을 참고해 대략을 파악하는 데에도 역시 암호 해석같다. 기초 지식이 없으니 일반 개념으로 접근해 이해될 리가 만무하다.

이런 때 행운 추첨식으로 해당 서적 관련 무료 수강권이라도 경품으로 내거는 데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그런건 없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르나 겨우 웅성거리지 눈을 두지 않는 것은 저멀리 벗어나 있다.

그래도 어떻게 이해해 볼 요량으로 사전도 뒤적거리지만 악순환이다. 쉽게 써 놓았더라면 좋을 것을 그리도 난해하게 표현했으니 글 속에서 길을 잃는다.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뻗은 길을 찾지만 또 그런다.

책을 집어 던진다. 쓸데 없는 잡념을 자기 과시처럼

늘어놓았다는 푸념이 따르지만, 글자 하나 하나를 조각한 것처럼 늘려 있는 행간은 그래도 가끔씩 감탄하게 하는 구석도 많다. 

시중에는 이런 어려운 책을 읽기 전에 빌드 업을 위한 입문서 따위가 있다. 어느 정도는 예비로서 도움이 되지만 결국 본서로 들어가면 별로 효용이 없다.

그냥 정면으로 붙들고 읽어 제낄 수 밖에 없다. 단 누군가는 차라리 눈이 마주치는 부분만 읽어도 괜찮다고 한다. 전체 맥락이 무엇인지도 모를 바에야 건너 뛰듯이 읽어도 나중에는 스스로 연결된다고 한다.

그게 될까?

하기야 쉬운 책이든 어려운 것이든 저자는 자신의 말을 못알아 듣는 걸 책망하면서 여기저기서 제 생각을 번복할 테니 말이다. 편집증이란게 따로 있을까? 한말 또하고 또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솔 마신 시인이 멋진 시를 짓듯이, 어차피 작자도 제 정신으로 글을 휘갈긴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수많은 명작은 광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런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두려움이나 우려로 접근하기보다는, 때로는이땬 것도 생각이라고 펼치고 있느냐는 태도로 거꾸로 접근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가 얻는 것은, 그들의 사상이나 사유를 그대로 옮기는 것 대신에 내 생각을 각색하는 것에 활용하면 더 나을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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