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읽지도 않는 소설에 손을 댔다. 읽은 김에 몇 군데에서 독후감 공모전을 진행하길래, 응모하게 되었다. 얄팍한 취미를 덧붙여 감상문을 제출하고는 때가 되어 결과를 열람했다.
살짝 하나쯤은 제일 끝부분 훈격에라도 당선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한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어라!
하지만 결과는 모두 탈락이다.
그래도 그렇지, 하나쯤은...
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잦은 실패는 히스테리를 유발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존에 수상한 글을 참고하는 건 데, 뭐 잘난 것도 없이 독자적으로 쓰겠다고 끄적거렸으니...
한 군데에도 통과 못한 주제에 무슨 변명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아직까지도 정신 못차리고 남의 사례를 엿보지 않고는,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만큼은 떨칠 수가 없다. 독후감이란 게 줄거리 요약이 아님은 분명하다. 작품을 읽은 내용을 토대로 자신의 글로 패러그래프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첫째로는, 어느 글쓰기나 마찬가지로 대중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흔한 심사 기준의 창의성, 문장력, 구성도, 대중성 등에서 제일 나중의 것이 사실 가장 우대되는 느낌이다. 이 말은, 제 잘난 척하면서 현학적으로 표현하거나 지식을 과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식이야 누구나 부족한 실정이니,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과시형 글을 삼가야 한다는 뜻쯤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쉽고 간결한 문체로 제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직접 경험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추려면 이 세상 경험은 모두 제 것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고유한 경험이려면 수기처럼 눈물겨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경험을 다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이론적인 것이나 자기 넋두리를 갖다 붙이는데, 이게 제 잘난 맛이 되어 버린다.
두번째 느끼는 것은, 심사 측에서 갖는 불편한 글쓰기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측면이 개입해 뭐라고 떠벌리면, 대부분이 경우에 예선 탈락이다. 주최 측에서 수상작들을 모아 출간할 계획이 있다면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이런 불편한 글을 선호할리 만무한 것이다.
변명 같은 변명이지만, 나는 이런 비호감의 감상문만을 써댔다. 그러니 아무리 매달려도 실패라는 것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재도전할까?
성향을 크게 벗어나기가 힘드니 아마도 동일한 무용함을 반복할 것이 뻔하다. 물론 수상이 목적은 아니라 하더라도, 제 자신이 기각당하는 건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또 다른 시도는 아닐 것 같다. 이제는 각도를 조절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미궁을 헤매야 할 것 같은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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