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거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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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거울(1)

by canmakeit62 2024. 9. 27.

1. 파도가 덮친 날

 

콘테 모나스 선생은 파도같은 사람이다. 권위적이며 성질도 뾰족하다. 마치 남미계처럼 까만 피부에 곱슬머리, 호리호리한 몸매에 광대뼈가 블거져 나와 있다. 그런 그의 성격과 생김새를 따라 애들은 절묘하게 별명을 갖다 붙였다. 성질이 모난 꼰대, 콘테 모나스!

우린 그의 풍랑에 다듬어진다. 그는 한 번 화가 나면 바닷속까지 엎을 기세를 보인다. 그는 수시로 그의 젊어 한때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의 청춘은 파란만장한 대서사였지만, 우리에게는 똑바로 살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런 연유일까?

전교의 문제아는 죄다 우리 반에 다 구겨 넣은 형국이다. 소위 학교의 수상, 좌상이란 애들이 우리 반에 다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 녀석은 주먹 하나가 보통 애들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녀석도 있다. 그들은 학교에 모이면 전날 나이트에 몰래 입장해 누구를 꼬득였다는 둥, 교실 뒤편에서는 되지도 않은 춤을 추는 등 제 세상 축소판을 꾸리는 것 같다. 그들이야 어떻든, 이제 우리도 대양에 나갈 때이니, 각자의 눈빛이 다르다. 영단어를 통째 삼킬 기색으로 아침부터 사전을 펴놓고 미련하게 외우는 애, 수학 문제를 푸느라 머리를 싸잡는 녀석…….

이게 대항해 준비란 말인가?'

그것도 모르고 나는 입시에 전진 배치될 때까지 마냥 넋 놓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저 운좋게 좋은 학교만 배정받으면 만사가 잘 풀릴 것으로만 생각했다. 고교 배정은 추첨에 의했다. 나는 신흥 명문고 가까이 살고 있어, 은근히 그곳에 배저외길 바랐다. 그런데 결과는 똥통 학교 아닌가!

더욱이 내가 배치된 학교는 시설마저 형편없이 낡아 한층 속상하다. 정말이지, 며칠간은 이 빌어먹을 학교 배치에 하늘을 원망했다. 이런 학교에서 어떻게 좋은 결과를 기대한단 말인가?

등교조차 화를 돋궈, 버스타는 게 경로가 불편하니 차라리 걷는 게 낫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거꾸로 몇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 와 학교로 향해야 하니 매일 늦다. 교실에 앉는 방식은 등교 순이다. 한데 그건 원칙일 뿐, 크게는 정해져 있다. 앞줄은 우수한 둥근 돌들 몫이다. 내용은 달라도, 마지막 줄이 그 같다. 거기는 모난 돌 구역이라, 암묵적 경계가 있는 셈이다. 나는 매일 걸어 오다 보니 학교 도착 시간이 늦다. 자연 자리는 뒷 열 뿐이다. 그 틈에서 나는 모난 돌들의 집적거림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큰 소동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콘테 선생은 우리 반 담임이면서 1학년 수학 담당 교사이다. 엇갈려서 앞 절반을 가르치면 좋았겠지만, 그러자 않고 우리 반을 포함한 뒷 나머지 반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시간이랍시고 수업을 펼치면 학급을 가르는 숨소리조차 낮아진다.

 

그런 콘테의 수학 시간이다. 엎드린 애들도 모두 일어났다. 이때만큼은 트집잡히기 싫은 것이다.

'사그락'

문짝 쓸리는 소리가 들린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콘테는 찰랑거리듯 수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어제 결과를 보니 내 체면 구겨지게 우리 반 수학 평균이 형편없어!"

󰡒근데, ○○○ 넌 성적이 많이 올랐어!"

애들은 ~~’하고 부러운 소리를 낸다.

󰡒쟤가?"

별 볼 일 없는 녀석이 그것도 수학에서?”

하지만 그게 자력이 아님은 다 안다. 그는 고액 과외를 받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예상문제 몇 개만 쥐어도 한결 유리하다.

󰡒나머지는 다들 열심히 해. ○○○처럼 하면 되잖아!"

애들의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근데 사실 학교 성적이야 큰 관심은 없다.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며, 예비고사 특별전형 아니면 본고사를 잘 보면 그만이다. 문제는 과외라는 불평등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쇼를 하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끼리들 잘 해보라고.

그나저나 내 수업 시간인 데 책 없는 놈들이 있어!”

운이 나쁜 날일까? 10여 명 정도가 불려 나온다.

이것 봐라, 정신머리들하고는!”

지금부터 너희들은 태극기에 경례한다. 그다음 화분을 향해 ̒죄송합니다. 정신 차리겠습니다라고 한다. 실시!”

화를 면한 애들의 키득거림 사이로, 하나씩 고개를 숙인다. 그중에는 모범생 백경도 있다.

선생님 저는 못하겠습니다!”

?”

교과서를 잊어 먹고 온건 그래도, 우리가 식물보다 못하다는 건 받아 들일 수 없습니다.”

백경은 같은 동네 애다. 녀석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오직 제 공부만 할 뿐, 애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애들 질문에,‘그래서 대학 가겠느냐는 식의 오만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애들이 더는 상종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이게 어디서 시건방지게.”

󰡒xx가 공부 좀 한다고 겁대가리도 없이……!”

그러잖아도 무슨 꼬투리로 분위기를 다잡으려 할 텐데, 하필 백경이 걸려들다니!

그 놈의 시건방진 태도를 누그러 뜨리고 살아야 하는 데, 암튼 잘 걸려 들었다고 속으로 쾌재를 지르는 애들도 있으리라.

󰡒그래서 이 학교가 지랄 같다느니 그따위 소리를 하고 다녀!”

이건 무슨 말인가? 쟤가 그런 말을? 그렇다고 지금 상황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는 한참이나 상상할 수 있는 유무형의 수모를 당한 후 제 자리로 돌아왔다. 아마도 콘테는 틀림없이 뒷줄 모난 돌들을 겨냥한 술수를 썼을 것이다.‘모범생이 이 정도면, 너희들은 어떨까?󰡑하는 메시지!

그나저나 누가 콘테에게 고해바친 것일까?

학급내 밀고자가 있음이 틀림없다. 담임에게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자질하는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고는 담임이 무의식중에 백경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이것도 권력이라고 그것에 기대어 사는 동료가 있다니...

아니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끔찍하게 느껴진다. 마치 일망 감시체계처럼, 담임은 감시대에 서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도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읽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부지런히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거기에 우리가 비치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어쩄든 한 차례 파도는 지나갔다. 뒷줄 녀석들은 별 말썽 없이 하루하루를 지나고 있다. 아마 그들에게 덮칠 파도는 백경에게 부딪쳐 포말이 된 것임을 알고 있는 터일 것이다.

 

그 일 이후 우리는 서로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그중, 쏘가리(제 부모덕 보는 ooo을 소대가리에 싹수를 더해 그렇게 불렀다)는 첫 번 째 밀고 의심 대상이었다.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건데, 여기서 그만."

쏘가리는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우쭐대고 있다. 그런데 저 자식이 갑자기 수학 문제를 놓고 잘난 체를 한다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의문을 낳게 한다. 별 시답잖지만, 만약 저 녀석에게 다른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 봐 달라고 하면 지금처럼 의기양양하게 풀이 과정을 쓸 수 있을까?

그런 경우를 닿기로 하면 그는 갖은 핑계를 대고는 우물쭈물 빠져 나갈 것 같다.

왜냐고...?

 

xx!”

백경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알아차리는 애는 없다. 백경은 혼자서 고립되어 있지만, 어째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훤히 꿰뚫고 있다는 눈치이다. 쏘가리 자식이야 워낙 겉으로도 티가 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저 백경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학급l 돌아가는 일을 알고 있을까?

두 번째 월례 고사가 끝났다. 백경은 매 과목 성적 우수자로 이름이 불렸다. 싸가지는 없지만 이럴 땐 그저 부럽다. 3년 후이면 그는 명문대에 다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넓고, 또 화려한 물고기들이 넘실대는 곳. 그러나 녀석은 별 반응이 없이 밋밋하다. 다만 번거로운 형식적 절차를 거쳤을 뿐이라는 듯.

복도 게시판에는 전교 50위까지 나열되었다. 백경은 거기서도 1등이다.

"S대는 물론, 그중 최고 학부는 따 놓은 당상 아닐까?"

"하지만 우리 학교는 수준이 떨어지는 곳이니 그러지는 못할 거야."

부러움과 시기가 동시에 일어난다. 어떻게 해서든 저 녀석 공부 비법을 알아내야 하겠다. 과외도 안 하는 녀석이고 보면, 타고난 머리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뭔 요령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녀석은 왠지 주춤거려진다. 한동네에 살지만, 말조차 붙이기 힘든 데, 비결을 묻는 건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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