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쓰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
방법이라기 보다는, 표현에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평가는 타인이 내리는 것이므로, 스스로가 쉽게 썼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건 주관일 뿐이다. 내가 쓰는 글은 심심찮게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는 지를 잘 모르겠고, 그래서 눈만 깜박이다가 그냥 나가요." 하는 댓글을 보게 된다. 나 자신도 그런 점을 인식은 하고 있다. 그럼에도 쉬운 문체로 쓰는 게 쉽지는 않다.
타인의 평가를 굳이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읽히는 글을 작성하는 게 맞긴 맞다. 쉬운 문장은 3-4백 페이지라 하더라도, 하룻밤 새 읽을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해를 충분히 마쳤음에도, 자신이 읽은 것이 아닌 것처럼 된다는 것이다. 친절하게 길을 보여주지만, 정도가 지나쳐 자기 생각을 확장하는 데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려운 글은 그런 약점을 보완해 줄 것인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판에, 무슨 생각을 넓히라는 말인가?
2. 그렇지만, 그런 난해한 내용은 다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려운 내용은 전 부분이 대단한 사상을 담았다기보다는, 단 두 줄이라도 접하고 덮어버리면,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것은 오히려 자신의 글 읽기나, 자신의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고 생각한다. 성경이나 불경처럼, 재미도 없고 추상적으로 쓰여진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읽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두고 두고 탐독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제일 많이 읽히는 책이다. 의도적으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거나, 현학적 허세를 부리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좀 다를 것이다. 쉬운 글은 분명 건너고자 하는 강가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그렇지만 저 건너편까지는 잘 데려다 주지는 않는다. 반면에 어렵게 쓰인 것은, 강가로 쉽게 이끌어 주지는 않지만, 몇 줄만 가지고도 대안의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양자를 종합할 수 있는 길을 택해 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실패하게 된다. 자칫하면 강가가 아니라, 산으로 안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하기 쉬운 말로, 어차피 몫은 각자에게 달려있다.
"그것도 이해 못하면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때로는 서술자 자신도 스스로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구를 발견할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내용은 단 두 줄만 읽고 집어 던지면 될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고는, 그 짧은 문구가 던지는 바를 생각해 보는 게 차라리 낫다. 몰입해서 읽는 책은 수월하게 손에서 끝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머릿속에서도 떠나질 않는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따지면 어떤 게 더 나은가?
게다가 제2의 서술자로 참여 시켜 주는 데...
예전에는 소설이 참 재미가 있었고, 그 속에 깔린 복선을 찾아내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 장르는 전개 방식의 차이로, 난해한 책으로 따지면, 단 두 줄의 사상을 펼쳐내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 책이 나온 시대적 배경 정도만 참고해도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런데 여전히 강가 근처에만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저 피안을 보고자 다른 방향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마찬가지이다. 강 건너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근방까지는 스스로 와 닿았다는 생각은 든다. 암튼 양자를 종합할 수 있는 방법을 두드려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