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양이 같은 새끼
애들이 키우는 고양이가 있다. 딸내미, 아들내미에 이어 또 다른 막내 딸내미가 있는 셈이다. 온 몸이 하얀 털로 뒤덮인 이 녀석은, '브리티시 숏 헤어' 종이다. 애들이 이 녀석을 만날 때만 해도, 손바닥 만한 게 '앵'앵'거리는 모습이 애처로웠던 모양이다. 천성적으로 결함이 있던 녀석이지만, 애들의 눈에 밟혀 연민을 불러 일으켰고, 그래서 함께 지내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뭔 고양이에게도 백혈병이 다 있다니...'
거기에 다가, 각종 피부병도 달고 산다. 애들 집을 오랜만에 방문하던 날, 우리 부부는 이 하얀 새끼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아이구, 뭔 고양이람!"
개나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집 사람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조그만 게 나름의 재롱을 부리니, 아내도 금방 정이 가는 모양이었다. 요즘은 냄새를 기억하는 지, 그 후로 몇 번 보았지만 제 나름으로 몸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린다. 그간의 비상 사태야 짐작할 만하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이제는 큰 병을 갖고 있다는 외에는, 제법 살이 올라 'short hair'가 아니라, 'round head'라 할 만하다.
2. 제 맘을 알잖아요!
우리 가족은 연말이면 함께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는 큰 딸이 준비한 롤링 페이퍼 작성으로 새해 소망을 적는다.
"각자 작성했으면 발표하시죠!"
"그런데 막내 것은?"
"아! 그럼, 애는 글을 쓸 수 없으니 내가 대신..."
그렇게 각자의 소망을 적어 내고는, 작년에 쓴 것과 비교해 본다.
"흑! 계획은 계획일 뿐이네."
그래도 원격에서 서로 만나, 가족임을 느끼는 것 자체에서 의미가 있음을...
사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은 이만저만 관심과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건강하기나 하면 좋을 것을, 수시로 긴급 상황을 만드니 그 노력은 몇 배의 것이다. 이제는 온전한 일원이 되어, 한번 씩 아내가 훔쳐내는 털 뭉치 만도 어마어마하며, 집으로 돌아와서도 곳곳에 녀석의 흔적이 털려 나온다. 안타깝기로 하면, 직접 키우고 있는 애들 만큼이나 하겠냐 마는, 그래서 애들이 매일 보내 오는 x톡이나 인* 그램에서 막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다.
3. 가족이라는 냄새
그런 녀석에게도 주식회사 불량식품(?)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만큼이나 선호하는 것인 모양이다. 애들 집에서 냉장고 문을 열려고 하면, 녀석은 몸을 부비거나, 발라당 엎어져서 간식을 달라는 간절한 눈 빛을 보낸다. 같이 보낸 약간의 시간에서도 냄새를 기억하고 그를 통해 다가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가족이라는 냄새는,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사람이야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알아보겠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알아 본다. 애처로운 마음으로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 반려묘가 알아 보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에 해를 끼치는 존재 여부는 식별할 것이다. 어쨌거나, 한 식구가 되어 별명을 지어 부르는 지, 몸이 통통해 이름 끝에 '**뚱' 하고 붙여 부르는 지도 모르지만, 제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친구 간에 친밀도를 더 높이기 위해 별명을 붙이듯이, 그에게도 그러하다. 놀려 대는 언니, 그것을 옹호하느라 핏줄을 세우는 오빠...
가족이라는 게 그런 것일 게다.
오늘도 애타게 언니를 기다리는 녀석의 동그란 눈이 x톡으로 전송되었다.
가까이 있지 않아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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