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탓인지 무얼 하나 접속하려면 속도가 몹시 느리다. 마치 인터넷이 도입된 초창기 시절 같다. 어찌 살았을까? 눈치도 없고 감정도 없는 이 기계 덩어리가 반응하는 걸 보면 매우 울화통이 치미는 데..,
하도 속도, 속도 하다보니 어떤 게 속도의 감성인 지를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터넷 다음 회면이 버튼 작동과 함께 실시간으로 바뀌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 노트북에서는 처리하느라 시스템이 움직이는 것을 조그만 원이 회전하는 그림으로 보여준다.
'놀고 있네!' 돌아버리겠네!'
이런 심리가 화면에서는 그대로 동심원을 그리고 있다. 구글이 몽땅 장악한 탓에 뭔가 심술을 부린 듯 해보이는 데, 지식이 짧아 잘 모르겠다. 암튼 컴퓨터에서 무슨 작업 하나를 하려면 속이 터진다. 그래서 웬만한 건 모바일을 이용해 해치운다. 물론 불편한 것도 많다. 화면이 작아 그것을 확대해 처리하다 보면, 처리 규격을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가 속 시원하게 가늠이 잘 안 된다. 갖다 붙이는 사진 같은 것도 몇 군데를 거쳐야 하는 등의 불편이 따른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이 이동 기기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세계는 우리 머릿속에 표상한 바라고 하듯이, 사람들 머리도 어째 작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용량을 충분히 수용하되, 외형이 클 필요는 없는 이유를 드러내는 듯하다. 이 세계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다 모바일로 이야기가 연결되다 보니 그렇지만, 오늘날의 사회 네트워크는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성긴 그물로 크기가 큰 덩어리도 빠져나갔지만, 지금은 그 구멍이 너무 작아 모든 게 다 걸러진다.
그래서 예전에는 그저 그런 일이었던 것도 지금은 여기저기 소문거리가 된다. 이제는 엄격하다는 말이 정보과잉이라는 말 비슷하게 들린다. 사소하게 관용할 수준을 편집해 싸잡아 패대기쳐 버리니 말이다.
그 반면에 긴밀히 다룰 일은 하도 반복하는 통에 둔감하게 만들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