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강하게 버티던 병원엘 오고야 말았다. 오후 진료에도 대기자는 꽤 많아 보인다. 접수 후에 대기실에 앉아 진료실 너머 들려오는 상담 내용을 들으니 조각조각이 살갗을 찌르는 것 같다. 다들 다른 내용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증세로 내원한 것만 같다.
'으윽'하고 퉁증을 호소하는 신음이 흘러나올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런 때는 대기 순서가 신속히 줄어드는 게 두렵다. 나처럼 허벅지 종기 때문에 온 사람은 보이지는 않는 데, 허리 통증으로 방문한 환자의 외마디 소리가 '차라리 죽여라' 하는 듯 들린다.
나도 곧 저런 비명과 함께 할 것이다. 오늘은 준비단계로 이틀 정도 진행정도를 관찰할 기간을 둘 것으로 짐작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대략 알고 있으니 참 버겁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내원 목적을 밝힌 후 환부를 보여주었다. 역시나 3일간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는 환부에 떼이프를 붙였다. 아마도 자연히 곪아서 구멍을 만들 의도인 것 같다. 안되면 부위를 칼로 절개해야 한다니, 그렇게 이해가 된다
어휴! 결국엔 이러나저러나 속의 곪은 것을 강제로
쥐어 짜 내야 하는 것이다.
머리를 쥐어짜는 고통은 3일 후로 연기되었을 뿐이다. 지난번에도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옥을 눈앞에 둔 잠시의 망각!
빨리 끝날 걸 바라면서도 쥐어 뜯는 그날이 두려운 이율배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