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지나도 표피종기가 완치되지 않아 다시 병원엘 들렀다. 그렇게 저항하다가 결국 환부를 열어 강제로 압출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공포스럽다. 이 고통을 견뎌내야 하니 끔찍하다.
악몽보다 더 힘든 두려움!
상상하기도 싫은데 자꾸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뭔 한 번 지나치면 될 일을 이리도 시간만 끌고 결국처치는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속마저 미쓱거린다. 오늘따라 내 앞 대기자들도 많지 않다. 순번을 미룬다고 사정이 더 나아질 것은 없지만...
제발 힘들지만 않았으면 하는데 그럴 리는 없다.
이럴 땐 감각 없는 무생물이 부럽다. 아니 감각 있는 생물이라도 이럴 땐 회로를 여닫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악!'하고 외마디 지를 순간이 점점 가까워진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의사와 대면하고 앉았다.
역시나 "어때요"하고 묻고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옆방 진료실을 가리킨다.
"뭘 대답도 들을 의도도 아니면서 묻기는 왜 묻는담?"
그는 스탠드 등을 켜서 환부를 보고, 또 손가락으로
슬며시 만져 보더니 아직 염증이 있는지라 지금은 수술이 안된다고 한다. 대신에 내년 2월경에 염증이 막을 분리해 굳은 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어휴, 대기실에서 온갖 상상을 다하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 데, 임시 유예는 좋지만 다시 3개월 후로 공포가 유보되다니...
참 지겹다. 무서위서 손을 못 대게 막았지만, 그럼 지난주에 "절개해야 하겠죠?"하고 물은 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은 안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암튼 두려움은 3개월 동안 유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