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엔 꺼내 쓸 편지가 있었다.
누구에게 보낼 곳도 없지만
손마디는 가슴을 풀어 하얀 종이 위를 지났다.
세월의 지난 흔적이 손 끝으로 내리는 순간,
오랜 친구며 엎어져 무릎을 깬 골목이 솟아났다.
망각을 깨는 옛 노래가 우연히 들리던 시간.
그것은 그냥 지나쳤을 뿐이지 그냥 멈춰 있던 것이었다.
30년 전, 40년 전으로 돌아갈 것도 없이,
추억 속 친구들은 아무도 늙지 않고, 아무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 시절만큼의 자식을 둔 지금, 두 배는 지혜롭게 되었을 듯한데,
발길은 여전히 갈 길 몰라 우두커니 선
그 시절의 골목이다.
가지 끝에 서릴 이슬도,
한낮 온기 품은 넓적 바위 위 길고양이도
저리 추억을 되새기며 이리저리 자리 잡을까?
그들이 지난 기억을 붙잡고 있다.
바람이 지나면서 그들을 일으킨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가볍다.
그 시절로 상상이 떠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