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동물, 식물이든 뭐든 간에 생명을 다하면 부패하게 된다. 그 생명활동의 처음과 최후 흔적이라고 하면 버로 흙이 아닐까?
심지어 생명 없는 광물조차도 시간이 흘러 결국 흙으로 분해된다. 흙이란 돌덩이로 굳게 뭉쳐지거나 아니면 그것이 흩어진 결과물이 되는 것이다. 땅을 딛고 있는 것은 튼튼하게 지탱하거나, 여러 미세한 조각으로 흩어질 것을 상징하는 듯하다. 흙은 반대편으로는 각종 영양분을 갖추고, 적당한 온도며 습도를 제공해 식물이 자라는 토양을 제공한다. 또 설치류 같은 동물에는 숨을 곳과 살 곳을 건네준다.
땅의 기운, '지기'라는 것도 있어 생명들에 기운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땅을 통해 생명은 꿈틀거리는 것이니 흙은 생명의 잠재력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흙은 삶의 출발이자 끝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다. 흙은 이들으 통해 생명을 순환하게 하는 영원성을 갖고 있다. 그 위에서 무엇을 가꾸고 일구고, 또 발을 딛고 있으니 생명이든 무생물이든 영원 속에 있다. 개체들이 일시적으로 흩어지더라도 그 바탕이며 수용체인 흙은 새로운 생명체를 연결 지으니, 본성은 영원하다.
그래서 한줌 흙을 걷어찬다는 것이 예사 일은 아니다. 한 평 흙 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영원을 딛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존엄하다는 것이, 생명이고
무생물이든간에 고귀하다는 것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