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찾는 건 가까이에 있어요
집 근처에서 춘란 자생지를 발견했다. 난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곳에서는 눈길도 가지 않는 전형적인 푸르죽죽한 일반 개체이지만, 코 앞에 있는 곳에서 그것을 발견하다니!
그것에 취미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매번 가슴이 설렜던 그 활동도 이젠 시들해져 중단했지만, 여전히 춘란을 대할 때면 개안하는 기분이다. 동료들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문득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 주변 야트막한 동산이라도 기웃거릴 땐, 그게 그렇게도 눈에 띄지 않더니......
지금은 그 존재를 목격하더라도 눈으로 보거나 사진을 찍어 기념하는 외에는 일부러 집으로 옮겨 오지는 않지만...
어쨌든, 별로 상상이 안되는 곳에서 뜻밖에 그것을 만나니 반가울 따름이다. 야외 전시장을 하나 마련한 꼴이 아니겠는가?
세상 일은 참 희한하기도 하다. 애써 무언가를 찾으려 안간힘을 쓸 때는 없다가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가는 데 번쩍 눈에 띄는 것이다.
2. 절실한 것의 역학
만약 세상 일이 이같이 이루어 진다면, 뜻밖의 상황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허탈할까?
어떤 역학이 작용해서 그러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찾는 물건은 항상 제일 나중에 발견된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있음 직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서 거꾸로 추적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심지어는, 분명히 그 무더기 속에 있음이 틀림없다고 그 속을 몇 번 뒤져봐도, 찾는 건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보면, 그건 다른 곳에서 찾아진다. 이 얄궂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도리는 없지만, 무언가 절실한 것은 쉽게 흔적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고결함을 더욱 상승시키는 것 같다. 마침 알맞게 그것을 찾는 일을 포기할 때쯤, 마치 "여기 있지요!" 하는 것처럼 등장하니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러한 지 모른다. 여기도 저기도 보이고 지나치는 존재는, 그저 일반적인 일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무수한 환상에 매번 엉뚱한 상대를 만나고서는, 또 후회를 하는지도 모른다.
3. 우연은 남겨 두는 게...
요즘에는 권리 의식이나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시대인지라, 만나고 헤어짐, 소유와 폐기가 한층 짧은 주기로 이뤄진다. 비단 연예인 같은 역설적 관심이 필요한 계층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쉽게 만나고 수월하게 헤어진다. 그래서 아예 비혼을 선언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경제적 사유가 큰 몫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택이 넓고 많아진 만큼 적확한 대상을 만나는 확률도 그만큼 낮아진 탓이리라. 그래서 찾는 건 항상 제일 늦게 드러나는 것이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출현하는 것처럼, 그렇게 애를 태우고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하는 것일까?
이런 일은 그것에 비추어 보면더욱 험난해 보일 듯하다. 이런 우연성을 줄이고자 하는 각종 장치들이 나타나, 로또 번호 6개도 정확히 맞추는 사람도 있고, 그 예상 번호를 판매하는 못 믿을 업체도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하는 사항은 쉽게 모습을 비추지는 않는다. 결국 이런 우연성은 그냥 그것으로 남겨 놓는 게 바람직할 지도 모른다. 찾는 걸 단번에 그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인생의 서사에는 별로 재미없어 보인다.
"그나저나 대체 그건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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