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새로운 것을 던져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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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새로운 것을 던져줄까?

by canmakeit62 2024. 6. 6.

1. 동네 병원이 아침부터 붐빈다.

차례를 맞으려면 10여 명은 통과시켜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메모 앱을 펼쳤다. 예전에는 종이 위에다 글을 썼는 데, 지금은 메모 앱이 더 편해졌다. 종이 위에 쓰는 건 옆면에 낙서하기와 중간중간 떠오르는 생각을 잠깐 유보시키기에는 좋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사이버 공간에 옮기려면 타이핑을 해야 하니 이중 작업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글의 구도나 논리가 맞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기는 종이가 더 낫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더딘 삶은 반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역설적인 게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라 당연하기는 하다. 전자적 방법은 곳곳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되면 붉은 줄 굵은 글자 등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준다. 기교적인 면에서 전자기기와 동시적으로 협력적 글쓰기를 하는 것처럼 편리하기는 하다. 그런데 이 도구는 도중에 잘못되었다고 끼어드는 바람에 생각의 흐름을 놓치게 한다. 일련의 생각이 떠올랐다가도, 그가 떠올리는 문구를 고치고 진행하다 보면, 그만 그 생각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간섭을 하든 말든 그냥 지나버리면 되는데 흠집이 눈에 보여 그러기가 쉽지 않다.

 

2. 아마도 글을 쓰는 건 주변에 묻혀 있는 사실들이나 상상을 표면으로 끌어오는 작업일 것이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떠도는 생각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것을 문법이라는 규칙이 가로막는 것이다.

그저 정직하게 간섭하는 디지털 도구를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새 손가락도 이 도구에 익속해 졌나 보다. 종이를 펼치면 시작하는 단어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얼른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하니, 예전 같은 반성은 줄어든다. 종이에 쓰는 것은 후회하고 난 뒤 쓰지만, 디지털은 쓰고나서야 후회한다. 추후에 수정하기가 편리하니 그냥 쓰고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종이 위에 쓴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면적으로 폐기할 경우엔 새로운 작업이나 마찬가지이다. 뭐 대단한 것을 끄적거리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그렇다. 디지털도 마찬가지이지만 한 번에 무위로 날리는 흔적은 그만큼의 반성이 쌓인 결과이다. 그런데 화면 위에서 지워져 사라져 버리는 디지털 코드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요구한다. 연속이라는 게 보이지 않고 차단과 단속만이 존재한다. 반성이 그 위에 덮히는 것 같지만, 아예 삭제된다.

 

3. 바탕을 완전히 덜어내고 새롭게 사유하라는 측면에서는 좋다.

이전의 선입견, 편견을 거세해 버리니까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지워버린 것에 대한 잔상이 남아 있으면 모를까, 연속되는 사고를 차단한다. 이에 대해, 종이 위에 썼다가 밀쳐낸 것은 나중에 발견했을 때는 그 때 느꼈던 것이, 기록이

지금에서야  '이것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종이는 나를 학습시키는 것이지만 디지털은 나를 가르친다. 그런데 규격화된 지시어이다. 

행간에 표시한 뜻을 사후에 불러 세우면 좋겠지만, 빈번히 쓰는 단어 하나를 건드리면, 예전에 작성한 연결 단어를 아래 창에 띄워 올린다. 이걸 사용하라고...

그래서 계속 연결된 단어를 잇다 보면, 가라 앉아 있는 무의식이 떠오르는 것 같다.

'나는 외할머니 댁에 당도했다 우리 가족의 일상에서도 그것이 재현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는 한국 전쟁보다 더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대화창에 표시되는 임의의 단어를 연결하니, 이런 문장이 되었다.

어디선가 이런 내용을 작성한 흔적이 드러나는 것이다. 혹 내 손가락도 이런 기교에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래에  '그러지 마!'하고 역정을 내니,  '그러지 말고 일단 내뱉었으면 실망시키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라는 문장이 작성된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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