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외상태가 일상화되었다.
법은 보편적인 것이다. 그런데 현대는 국가 목적 달성,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긴급조치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이로써 예외상태가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반 상황이 예외적이고, 예외상태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이로써 민주주의와 절대주의 간 구별이 모호해지는 비식별 영역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70, '80년대엔 그런 일이 일상적이었다. 사회 혼란과 타락한 풍습을 바로 잡고, 경제적 위기, 국가 안보상 중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미명하에 긴급조치가 수시로 내려졌다. 사회가 비상 상황이니, 예외 상태가 작동해 그것이 삶을 지배했다. 그런데 이는, 법이라는 존재에 비춘 설명일 것이다. 근본주의적 사유에 비추면, 법은 상위에서 작동하지 않을 때는 근원으로서의 법이 예외상태를 선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악용되기 쉬우며, 실제 칼 슈미트 같은 학자는 결단주의에 입각한 헌법 파괴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헌법이 제 순수성을 상실할 때는 저항권을 행사해 본모습을 찾게 하는 기능도 할 것이다.
2. 상징화된 실재
보편은 예외를 봉합해 형성되는 것이다. 마치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타당할 것 같은 이 보편은, 실은 미처 포섭되지 않은 실재를 꿰맨, 상징계의 산물이다, 무엇이 보편성을 띠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쓸 데 없는 입씨름으로 전화할 수 있으니, 여기서는 밀쳐 놓기로 한다. 암튼, 보편이 인종주의적일 수밖에 없고(서구 중심의 시각), 예외를 포함하는 것이니 그런 성격의 보편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옳지 않다고 하는 경우에도, 누구나 인정하지만 의학적 판단으로 들어가면 예외가 발생한다. 인간의 생명 유지가 죽느니만 못한 경우에도 타당한가?
정작 존엄이란,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등등.
우리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이 지점일 것이다. 심지어, 신의 보편성조차도 인간의 언어로 표현되는 한, 그것은 상징화된 실재에 불과할 것이다.
3. 보편의 참 뜻
보편 논쟁 어쩌고 하는 복잡하고 재미없는 사념을 빌릴 것도 없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한에서만 인간답다. 그러니, 법질서의 예외 상태가 발생하는 것은, 기존의 법률이 제 기능을 못해 파열이 일어나는 순간 같아 보인다. 그렇지만 예외상태는 주로 국가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악용으로 많이 등장했다. 하늘에 떠 있는 망상보다는, 당장 내 손에 쥐어지는 국가지원금 한 푼이 더 소중한 마당에, 복지국가를 지향한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행정입법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그것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우리는 비식별 영역에 들어 있는 것을 잘 인식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편이란 그런 성격이다.
보편 복지, 보편 사회......
예외 시기에 획일화하는 코로나 극복 지원금 정책에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나 아쉬운 것도 없는 계층에,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더 큰 상대적 혜택을 누리는 기득권층에도 은혜의 손길을 뻗친다고?
보편 복지이니 예외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보편은 그런 뜻은 아니다, 획일화, 통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폭력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상대적 약자 계층에 더 큰 구멍을 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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