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에도 은하수가 좌르르 흐르는 곳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엔 몇 곳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기껏 금성이랑 밝은 별 몇 개 밖에 없다. 이런 자연의 은하수는 자리를 지상으로 바꾸었다. 도로며 길가에는 인조적인 은하수가 가득하다. 그래서 하늘이 컴컴한 탓도 있겠지만, 가까이에서 무심히 접할 수 있는 불빛이 무수해 굳이 위를 쳐다 볼 필요가 없다. 자연의 힘은 인공적 자연에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된다. 가능한 자연의 많은 것을 재현해 내니, 신비로움의 영역은 점점 쪼그라든다. 기이한 것에서 벗어날수록 사람들은 보다 지혜로워질 것이다. 이성적 세계가 보다 견고해진다.
이런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감성은 무뎌진다. 자연에서 얻어 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것을 모방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줄곧 반복되다 보면, 정작 어느 것이 원본이었는지를 구별 못하게 된다. 그처럼 자연은 원본성을 잃어버리고 복제품의 하나로 떠돌아다닌다. 인공적 자연이라는 말이 달리 모순어법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이겠는가?
이와 더불어 자연의 명칭도 추상적 개념으로 정립된 바가 달라져 말조차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밤하늘이라면, 어두움을 끌어내고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을 추상하고, 달이 변하는 모습을 집어넣고... 해서 그것을 개념으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데 별은 겨우 몇 개이고, 때마다의 달빛도 흐릿해 보이는 이런 공간을 더 이상 하늘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시대마다 다른 하늘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하늘은 정말 요즘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