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작작 뜯어 먹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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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작작 뜯어 먹으세요

by canmakeit62 2024. 5. 29.

1. 

도서관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제법 많다. 한쪽에서는 유아원생들이 견학을 왔는지 재잘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적당히 앉을자리를 잦아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개인용 노트북 따위를 앞에 두고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중이다. 형광펜으로 밑줄 그은 책을 보는 사람, 연습장에 암기 사항을 쓰는 사람...

아마 자격시험에 대비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흑백으로 제작된 수험서는 아마 오래지 않아, 컬러판으로 바뀔 것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줄을 긋다 보면 각종 컬러 펜이 동원될 테니까.

현대적 삶은 이곳에서도 열심히 진행 중이다. 사회적 역할에 필요한 규범을 부지런히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를 코딩하듯이, 현대인의 몸도 코드를 기입하고 있다면, 어쩐지 배부른 허세가 작동한다. 원시인들이 온갖 험한 숲을 헤치고서 식량을 구하듯이, 오늘도 그 고난은 만만찮은 것이다. 비아냥이나 헛소리를 할 여유 따위는 없다. 산업시대의 시계에 맞춰 울리던 자명종 소리가, 요란한 디지털 음으로 바뀐 것 외에는, 여전한 것이다. 

 

2.

무엇을 하든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려면 제법 공을 들여야 한다. 한 번 지나간 것은 순식간에 갱신되니 그럴 만도 하다. 과정이야 나름 힘들었겠지만, 한 번 욱여넣은 것을 장시간 사골 우려먹듯이 그렇게 한 것도 괜찮았는 데..

모르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 힘에 부대낀다. 그래서 부득불 남이 이전에 해 놓은 것을 침고 삼아 따라 하다 보면 벌써 그것은 과거 것이다. 불과 작년에 동일한 내용을 기재한 것임에도, 입력사항이나 양식이 다 다르다. 질의 답변 창을 찾아보면 더 모르겠다.

질문에 대해 질문으로 답변하는 것 같으니, 매번 그렇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것들은 고객 지향형이 많은 데, 외국 사이트는 계속 링크를 걸어 놔, 그냥 포기하고 사는 게 나을 지경이다. 워낙 국토 덩어리가 크고, 일일이 대면할 여건이 되지 않아 그런 줄 이해는 한다마는, 엄격함을 위장한 불친절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한 부분을 넘기면 농락하듯이 "좋아요. 잘 따라오고 있어요. 조금만 더 오면 돼요"하는 격려성(?) 문구가 뜬다.

3.

그러면서도 다음 칸을 넘어가지 못한다. 이것에 대한 것은 저 링크를 열어 보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으니, 그 곳을 주의 깊게 읽어 보라는 것이다. 이러다 정말 날샌다. 그리고는 집어던졌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된다. 우리나라 사이트같으면 길어도 10-15분 사이에 끝날 일을 엄청나게 훈련을 시키며 진행한다. 행정 처리 수준이 외국에 가면 경악할 정도였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더한 것 같다. 그러니 모르고 사는 게 낫지, 새로 알아 간다는 건 고난이다. 문화 단위별로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 무용한 일에 힘을 빼는 게 일상이 되어서야....

아직도 몇 개를 더 처리해야 하는 데, 벌써부터 한 숨이 나올 지경이다. 힘들게 배운 것이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니 인내를 발휘할 수밖에.

 그렇지만 '아는 게 힘이다'란 교훈을 남용하지 않았으면 싶다. 일종의 횡포 비슷한 느낌마저 든다면 내 신상을죄다 털어 먹으면서, 조금의 시혜만 베푸는 권력남용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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