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당하고...
"저희가 이제 부대이다 보니까, 인원이 한 50명 정도 됩니다. 닭(백숙), 그것만 해주시면 저희가 갖고 이동을 해서..."
그러더니 곧 간부 회식도 있다며 대뜸 3백만 원어치의 과일을 사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군인이라던 사람도, 과수원 주인도 모두 사기꾼이었습니다. [mbc, 4.9]"
온라인 사기 사례와 수법이 수 없이 공표되었지만, 여기저기에서 매번 딱한 이야기가 보도된다. 거기엔 동정심보다는 분노와 적개심이 더 앞선다. 금전적 피해자는 이루 말할 수 있겠느냐마는......
물적 손해보다는 자괴감과, 타인에 대한 불신을 강화하게 되는 심리적 타격이 훨씬 크다. 그것을 간접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왜 그 사기꾼들이 주로 사회적 약자들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지에 대해 더욱 공분하게 된다. 소위 가진 계층은, 혹 이런 피해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바깥으로 알려지는 게 더 피해가 큰 탓에 고이 묻고 살아서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남을 기망하는 것은 물리적 폭력의 원시적 악행보다는 오히려 훨씬 더 비열한 심리적 폭력범이다. 가해자가 가하는 외력보다는, 피해자의 자학이 보다 더 큰 상흔을 남기게 된다.
2. 왜 나에게 이러십니까!
잔학하게도 어째서 각종 범죄, 자연 재난, 사회적 곤궁 따위는 하필 가난한 사람, 갖지 못한 자, 소외된 계층에 더 집중하는 것일까?
선악은 수량적 풍부함과는 관계없이, 절대적이며 초월적인 현상이라서 그럴까?
나쁜 마음을 품으면, 이런 사기범죄나 자연 재해 따위는, 이왕이면 그들과는 다른 경제적,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계층에 떨어진다면 다소 공평해질 듯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결코 올바르지는 않다. 하지만 소외된 층위에서는 그런 일을 한 번 겪으면 이를 극복해 내기가 쉽지 않다. 혹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마음의 병은 참으로 오랜 치유를 거치게 된다.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그런 사태는 하필 "그만 죽여라!" 하는 부류에게 더 힘들도록 구덩이로 밀어 버리고 만다. 온라인 범죄야 몰라도, 다른 범죄, 각종 재난등은 사실 그를 방어할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에 빈번히 발생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좋고 안전한 곳에 주거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쓰나미나 지진에 직접 노출되는 땅에 살 수밖에 없다. 경제적 지대가 발생하지 않는 한계지가 그들의 가능지나 다름없다.
3. 부(wealth)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경계는 확장을 예비해 두지만, 한계는 명확한 구획을 두고 포함과 배제를 반복한다. 한계라는 물리적 선긋기는 어느 순간에 경계가 연장되어 또 다른 곳으로 밀려난다. 사실상 한계라는 것도 임시적 개념일 뿐이다. 그래서 한계라는 것도 유동적 개념일 뿐이다. 그래서 한계에 몰린 사람들은 그것이 최종이라기보다는, 경계에 밀려 새로운 벼량으로 치닫게 된다. 화폐 현상이 상징적 죽음을 매개한다고 하듯이, 그것은 마주 선 타자의 희생과 포기를 통하지 않고는 사람과 사물간 관계에 들어설 수 없다. 돈은 아무리 정직하게 벌어도, 타인의 희생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현상은, 그런 윤리적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이 사회에서 굴러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피성이나 필요악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회복하는 길 중의 한 사념이 아마도 화폐 인문학을 생각해 보는 것은 아닌지...
'문화연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안들려요, 말로 하세요(2) (0) | 2024.04.14 |
---|---|
잘 안들려요, 말로 하세요! (0) | 2024.04.13 |
죽고 사는 것이 무엇이라고요? (0) | 2024.04.11 |
사는 게 반사 이익은 아님을.. (0) | 2024.04.10 |
지면(地面, Ground )에 지면(紙面, Paper) 펼치기 (0) | 2024.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