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얼로 느낍니까?
대상을 지각하는 것은 여러 가지이다. 눈으로 보는 것, 미각을 통한 것, 만지거나 들어 봐서 무게를 짐작하는 것 등.
그런 감각작용을 동원하는 것은 대상이 똑바로 놓여 있는지, 맛이 있는지, 딱딱한 것인 지 등을 느낌과 대조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가장 힘든 것 것이 마음으로 인식하는 것일 게다. 질감 같은 것이야 접촉해 보고는 상상했던 것과 어느 정도 근접하느냐를 판단해 보면 되지만, 속으로 지각하려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에 의할 뿐이므로 몹시 힘들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사람을 보면, 햇빛이 강해 눈이 부신 정도를 표현하는 것인 지, 아침에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는 집을 나오는 길에 그를 비난하면서 내뱉는 표정인 지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겉으로는 몹시 무거워 보이는 상자도, 근육을 잔뜩 긴장시키고서 들어 올렸더니 사실은 빈 것이었음을 알아차리듯이, 객관에 부여한 성질도 사실 확인해 보기 전에는 감지하기 힘들다. 그런 마당에,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 지, 강도가 얼마나 굳은 지, 깊이가 어디까지 뻗쳤는 지를 알 도리가 있겠는가?
마음이 요동칠 때는 거대한 산도 뽑아 버리고, 대양의 물길도 갈라버리지 않겠는가?
2. 마음으로 보라고요?
몸이 감각하는 대상은 자신이 인식하는 바로서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하지만, 심성이 지각하는 것은 이보다 강하다.
"스님, 저 강아지는 뭐가 좋아서 눈밭을 저리도 뒹구는 것일까요?"
"이놈아, 그건 네 마음이 요동쳐서 그렇지."
사물의 작동이 내면으로 전사되어 팔짝팔짝 신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그의 마음으로 들어간 것일까?
영혼 속에 숨겨진 선험은, 무엇이 이러할 때 무엇이 어떠하다는 것이라 생각토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초월적 선험을 모두 내다 버리라면, 세상은 어둠으로 전락하는 것일 지, 아니면 새로운 빛을 얻을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현인들은 이 오염된 지각 사태를 버리라 말한다. 그럼 무엇으로 대신한다는 말인가?
현자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덜어 내어 빈 것으로 채우라는 것이다.
3. 땅바닥을 조심해야죠.
인식표를 하나씩 늘릴 때마다 지식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세계는 보다 오염된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괴물이 휘젓는 팔로 생각하고 돌진했을 때는, 자신의 인식 체계가 무너진 때였다. 이미 그는, 풍차를 풍차로 인식할 수 없는 세계관속에 있었던 것이다. 만일 그의 마음을 순수한 그것으로 여길 때면, 세상은 이미 그가 생존하기는 불가능하다. 가상으로 가득 찬 오늘의 삶에서는, 거니는 땅바닥이 함몰되어 있고, 내가 이야기하고 함께 길을 걷는 사람은 그림 자였는 지도 모른다. 가장 객관화된 매개인 화폐는, 한낱 종이 조각이 아니던가?
그런데 뭘 믿고 상대방이 건네는 쪼가리를 수수하고는, 내 소유물을 넘겨준다는 말인가?
국가가 보증하는 한, 그 범위내에서는 신용이란 이름으로 믿을 수 있다고?
국가조차 그 실체가 럾는 허구임은 모두 알고 앗다. 그러니, 국가적 중대 재난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음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외피로서의 지각은, 마음이 알고 있는 것에 비하면 몹시 빈약하다. 마음은 극단적 동요를 가져올 것이기에, 세상사를 객관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편리하다. 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어 강아지가 팔짝 가리는 것만 보이고, 제 마음이 거기에 있다는 사실은 슬쩍 묻혀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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