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심심해서 불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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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심심해서 불안합니다

by canmakeit62 2024. 4. 18.

1. 뜻대로 될 바에야

어떤 일을 하든 무엇에 직면하든, 결론을 맺기가 참 힘들다. 그것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버금갈 정도로 애매하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종결 지점을 예정하고 진행함에도 그러하다. 과정을 밟아, 세상 하는 일이 계획한 데로 결말에 도달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문 일이니, 매우 합리적인 일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우연이라는 것이 개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이것이 궤도를 이탈하는 바람에, 보다 바람직한 맺음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 일은 모두 임의의 결실이란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 농부가 제법 괜찮은 과실을 기대하며 한 해 내내 땀을 쏟아부은 농작물이, 한여름 폭풍우나 이상 기상에 의해 좌절할 정도의 수확 밖에는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뜩이나 산지 가격이 떨어져, 농자재 비용도 회수하지 못할 판이다. 그런데 그 반작용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 이 모든 것을 상계하고도 기대 이상의 수입을 얻는 것이다. 이는 농부든 소비자이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로 이탈이다. 세상 일은 뜻한 바 대로 굴러가지는 않는다는 우연성의 혜택이다. 

 

2. 알 수 없는 것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은 이런 탈선에 의해 삶이 더 힘들어진다. 의외의 사태에 대한 대가마저 그의 부담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속으로 은근히 이 낙과를 즐기는 쪽과, 시름 속으로 떨어진 결실을 주워야 하는 편이 나눠지는 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이 우연이라는 게, 장기적으로, 그리고 정말 운에 의해 펼쳐진다면 이는 정말 좌절할 일이다. 행운이 잘 따라붙지 않는 사람에겐, 죽어라 노력해도 그 달디 단 우연의 과즙을 한 번 맛볼 기회도 없다.  그것만을 도모해 하늘에 기도한다고 이루어질 일도 아니다. 어쩌겠는가?

체념이나 원망, 불만이 날마다 고개를 들지만, 무언가가 이루어질 운 좋은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경우 정당하다. 이것저것 주무르다 보면, 어느 날 그 운이란 게 불쑥 내 앞에 나타 날 지도 모른다. 사람이 산다는 건 이것처럼 어떤 결론을 상정하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탄생이 우연에 의하듯, 그 종국도 계획에 의한 건 아니다. 사람은 엔딩을 모르는 연극 무대 위에 선 존재이다. 더 큰 지렛대를 가진 사람은 보다 영향력 있는 인생의 레버리지를 구사할 수 있겠지만, 알 수 없는 것으로 향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3. 불안이 있어야 산다.

그럼에도 사태는 마음속에선 이미 끝을 보고 있다. '오늘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서 무엇부터 출발해 언제까지 마감 짓고, 늦은 밤 축구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시청한 뒤 잠자리에 든다'

이런 루틴이야 매일 벌어지는 일이니 크게 우연을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마 우리들이 그것을 말하는 경우는, 난 데 없는 횡재나 파국에 즈음한 때일 것이다. 이 소소한 일상이나 꾸려가고자 한다면, 굳이 운이라는 것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세상의 각종 제도나 관습 따위는 이런 가변적이고 임의적인 결과를 줄이기 위한 공통 규칙일 것이다. 그것이 말 그대로 탈선하지 않고 뻔한 궤도를 달리기 때문에 권태가 비롯되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안전을 요구하면서도 규정되는 것은 싫어한다. 불안은 부정성이므로 온갖 치유 방법을 궁리하면서도 그것으로 뛰어든다. 그래서 불안은 결코 없어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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