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드라마가 방영된 후에나 각본이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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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드라마가 방영된 후에나 각본이 쓰여진다

by canmakeit62 2024. 5. 16.

1. 약속은 사후적으로 하는 것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아니,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요?"

소통 원칙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 같아도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인 예의, 언성의 높이, 주먹다짐을 피해야 한다는 정도이지, 구체적 상황에서는 당사자가 이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장 완전하고도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논리 정연한 문장도, 사실은 불완전한 것 , '그때 그렇게 대응했어야 했는 데'와 같은 후회나 반성이 가미된 것이다. 지나고 나서 뒤늦은 보충, 미련이 따름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압도하는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했다는 말은 어째 믿음이 잘 안 가는 것이다. 이 사후적 구성이 사람 사는 세상의 본모습일 것이다. 사전적이라고 함은, 수단. 장치를 예비적으로 갖추는 것뿐이다. 

"진작에 그럴 일이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심급은 객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타인의 재물에 손상을 가한 사람은 그 피해자에게 보상 또는 배상을 하는 게 사회적 약속이다. 그 원칙만 정해져 있고, 세부적인 것은 상호 합의에 의할 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2. 먼저 담을 넘으세요

실수로 상대방에게 아주 사소한 피해를 끼쳤다. 내가 생각하기엔 그 정도면 우려를 끼쳐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양해할 정도의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에서는, '피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적용해 사회통념을 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다시금 양해를 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심지어는 사법적 지원도 요청해야 하겠다는 식으로, 정도를 넘는 협박(?) 성 발언도 해대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상호 간 규칙 구성은 파국인 것이다. 

"만약 내가 일으킨 부분을 넘어, 다른 것도 더해서 주장할 것 같으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상세히 말하기에는 후환이 두려워(?) 이렇게 추상적으로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온종일 기분을 망친 이 하루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때 왜 그런 대응이 떠오르지 않고 이제야 생각나는 걸까?

만약 그때 생각났더라면 지금 나를 꾸짖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교훈을 줄 수도 있었을 텐 데...

 

3. 후회가 선행할 수만 있다면...

만일 영웅담처럼 수필이나 소설을 썼더라면, 아마도 미려한 논리로 상대방을 입다물게 하는 모습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과거사가 보충되어 사후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은 세상의 옳고 그름, 보편적이라거나 객관적 세계라는 것은, 주관 세게에 의해 붕괴될 연약한 것이다. 최종심급을 주관적인 것에 맡기는 위험인 것이다. 그래서 서로 맞서서 내부 규칙을 구성하는 상황에서, 객관적 규칙이란 게 나를 강제하고 말았다. 후일에 나는 이 체험 사례를 공유할 기회가 있었다. 

"아, 그럴 때는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조용히 있는 게 상책입니다."

주변의 반응은 그랬다. 물론 이 말은 맞다. 그렇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아니었는가?

실은, 다른 결과를 얻었다 하더라도 나는 무용담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어딜 까불고 있어!"

"역시 훌륭하십니다!"

이 사후적으로 구성되는 나는, 항상 옳고 객관적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포장하기 전에 그 x을 한 번 혼내주었어야 했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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