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마음속 타자는 속도를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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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마음속 타자는 속도를 극복한다

by canmakeit62 2024. 4. 8.

 

 
얽히는 삶

1. 때로는 서두르는 것이 진행을 멈춘다. 

반성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동시성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목전에 닿은 일은 마음을 급하게 한다. 바삐 서둘러 그것을 처리해야 함에도, 중간에 생각하지도 않은 사태가 불거져 큰 범퍼를 만든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어떤 장애라기보다는, 제대로 가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대략의 오류가 치유되어 처음부터 되풀이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은 데,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무엇이 잘못되었거나 조건에 부적합함을 속으로는 짐작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무슨 특혜 같은 게 함께 하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있다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환경 탓이나 제도에 비난을 돌린다. 

'형편없는 게 날 알아보지도 못하고...'

내부적 불만은 바깥으로 나와 마주 보는 타인에게로 향한다. 마치 타자가 성가시게 굴어 도대체 성사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이런 성향이야 누구에게든 없겠느냐마는, 타인은 자신이 사랑하고 희생으로 대해야 한다는 '타자 철학'의 가르침은 무색하다. 이런 정도이면 힘들게 윤리서적을 읽거나, 반성의 시간을 가진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깨달음과 후회는 늘 지체되기에, 각성은 항상 뒤처진다. 무엇을 서두름은 이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다.

 

2. 마음속 타자는 알고 있다.

조직에 몸담아 생활할 때였다. 외국인을 안내하고 근무하는 기관을 소개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터였다. 지금이야 간단하게 잘 만들어진 동영상을 시연하면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일정 간격으로 철컥거리며 영상과 음성을 표출하는 회사 소개 슬라이드를 가동하던 때였다. 그 업무를 처음 담당한 나는, 방문객이 도착하기로 한 며칠 전에 외주 제작사로부터 그 기기 조작법을 전수받았다. 생소한 일이고 보니, 제대로 그것을 다룰 기교를 익히기 전에는 준비과정을 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더랬다. 암튼 정해진 날짜는 다가와 1시간 전에 세팅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나는 영상실로 향했고, 슬라이드 대비 상태를 재점검하기 위해 그 기기를 켰다. 그런데 화면에는 일그러진 초점, 제 맘대로 뒤엉켜 흐릿해 보이는 화면...

누구 짓인 지 원망할 틈도 없이 급하게 이것저것을 마구 만져 보다가는, 할 수 없이 담당 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 이것저것 주무르다가 그만 슬라이드 트레이를 엎고 말았던 것이다. 

'아뿔싸!'

갑자기 온 세상이 멈춰버리고 나 자신이 정지 화면이 되어 버린 것이다.

 

3. 자신을 사랑하기

잘 알면서도 의도하는 바와 다르게 일이 삐끌어지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적합한 지식이나 기능을 가지지 못한 경우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상대의 목적이나 요구하는 바를 올바르게 꿰뚫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네가 나보다 잘나면 얼마나 그렇겠어?"와 같은 무시의 태도에서 기인할 것이다. 타인의 얼굴은 신이며 계시라는 '타자 대하기'를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그러하다. 문제는 내 속의 타자도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함에도, 자신 속의 타자에겐 폭력을 행사한다. 마음속에서 이러저러하는 것은 결국 그 시간을 연기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이 바깥으로 마주 볼 때면, 이미 외부의 타자는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환대가 아니다

'그것 봐라!'란 듯이 일은 비틀어지고, 시간은 그냥 흘러가 버린 것이 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그리할 수 없음은 이런 장면에서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가정 폭력범, 성차별. 인종차별 등 소수 문제,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 끼치는 폭력......

결국 자신의 내부에 있는 타자를 유린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로서가 아니라, 이 모든 불의적 결과나 지체는 마침내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의 결핍에서 비롯됨

을 깨닫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