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방해받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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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방해받을 자유

by canmakeit62 2024. 4. 29.

1. 조용한 자유를 찾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이 계속되다가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좋은 날이라 그럴까?

집 주변 공원과 가로수 길이라 이름 붙여진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뜨거운 곳을 피해 그늘 어딘가에 좀 앉으려 했더니, 그럴 만한 곳이 없다. 볕을 피해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벤치 하나를 간신히 확보했다. 근래 들어 사람들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그래도 몸이 스르르 내려앉는 느낌이다. 앞서 가면서 도자기 굽는 일로 다투던 부부는 이제 말다툼을 그쳤을까?

어떤 그릇을 만들고 있는 지, 설전을 벌일 정도로 긴요한 것이었을까?

관심 없는 내용이라면 그렇겠지만, 의견이 갈라서는 곳에는 사람 사는 일이 있다. 항상 한 방향이 지시되어 한 곳으로 향하면 바람직하겠지만, 왈가왈부 언쟁이 벌어지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정작 무서운 것은, 존재를 누르는 침묵이 아니겠는가?

밖으로 내뱉는 말은 담을 수 없는 것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일로 내 곁에 누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으로 보면,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게 역설적인 모순이다. 

 

2. 자연인을 피해서...

어쨌든, 가까운 곳에서의 테니스 치는 소리,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떼쓰는 소리를 들으며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을 옮기고 있다. 가끔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듯 힐긋거린다. 예나 지금이나 홀로 떨어져 있으면 괜히 이상한 사람같은 생각이 드는 걸까?

별로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되려 앞뒤를 살피게 만든다. 이건 아이러니컬하게도 '왜 지나는 사람도 없지?' 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그 외에는 방해받을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데도, 누군가 은근히 굽히고 있는 어깨를 툭 칠 것만 같다.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 속에 묻혀 일생을 보내기로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tv 프로그램에서도, 자연인은 마지막 촬영 장면에서는 헤어짐이 아쉬워 출연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게 살기로 하고, 수년간 혼자 살아 어느 정도 이골이 났을 텐데 말이다. 산만큼 엄청난 침묵을 끝내 견디기는 힘든 것일까?

 

3. 네가 건드릴 때 자유롭다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삶을 꿈꾸게 하던 이 다큐도, 이젠 자연인에서 한걸음 물러 나, '자유인'을 지칭하는 생활을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되면, "당신, 밥이나 반찬은 만들 줄 알아?"

"인생 말년에 쫒겨날 줄 알고 미리 술수를 쓰는 군!" 하는 농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자신 없으니까 자유인이란 합리적 인간으로 돌아섰다고!

자유를 굳이 산골짝 어두컴컴한 곳에서 구할 필요는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유는 더욱, 그것을 압박하는 존재가 있음으로써 비롯되는 것인 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것을 선언한다고?

물론 그 말은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과 결말을 전도한 표현이다. 깊은 산속에서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얻어 그곳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니까.

그것도 일종의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은 틀림없으니, 홀로 고립된다는 것이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타인과 부딪히거나 어떤 사태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한에서나 그럴 것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내가 뭔 데?' 하는 별 쓸모없는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아닌가?

단지 험한 산을 오르고 아무도 없는 바다에서 투망을 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유라는 녀석을 꿈에서만 만난다. 사실은 방해받아야 "왜 나의 자유를 훼방놓는 거야?" 하는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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