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상공간에서 미아가 되다
G계정의 안내창에서 제시되는 사항을 임의로 눌러버렸다. 뭔지도 모르고서는 다음 창으로 넘어갈 수 없으니 그러했을 것이다. 여기에 연동되어 잔화번호부 연락처가 몽땅 거기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이다.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느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낯선 전화가 걸려 오길래 받을 까를 망설이다가 받았더니, 친구 전화가 아닌가!
"너 전화번호 바꿨어?"
"아니, 그대로인 데."
"그런데 네 이름이 표시되지 않지?"
암튼 전화를 종료하고 전화번호부 연락처를 열어 보있다. 그랬더니, 아침에 어딘가 문의 전화를 하느라 저장한 번호 외에는 몽땅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전화 앱 내에서 이 버튼 저 버튼을 누르다가 G계정에 연동되어 그리로 정보가 다 빨려 들어갔다는 팝업 창이 보였다.
'그럼 찾아 봐야지'
이 동네, 저 동네를 훑어봐도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인근 S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다.
"G계정 이것을 누구랑 연동하고 있나요?"
"아뇨, 혼자만 쓰는 데.."
현재 들고 있는 폰에서는 자료를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없이 산다고?
다행히 교체 전 휴대폰이 있어, 그 저장 정보를 복사하듯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이전 휴대폰을 들고 재차 방문해 일단 저장 번호를 복구시켰다. 담당자는 그것을 단 몇 초만에 처리하는 것이었다. 1시간을 넘게 낑낑거리며 헤매던 것을 아주 허탈하게 해결하는 것이었다.
'아는 게 병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는 게 병이다. 별 지식도 없이 허덕이다가는 화병 나기가 십상일 듯하다. 전화를 별로 할일이 없다지만, '에라 전화 안하고 살면 되지'하는 체념을 하면 되지만, 이게 그런가?
아예 모르는 전화로 식별을 할 수 없으니, 모두가 의심스러운 전화가 될 뿐이다. 이 디지털 미아를 그냥 방치하고 사는 것도 내내 찜찜한 일이고...
3. 거미줄로 지구 감싸기
현실 사회에서야 길을 잃더라도 주변에 보이는 것은 있으니, 높은 건물, 도로표지판 따위를 의지하면 된다. 물론 낯선 곳에서 행로를 찾으려면 내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해도 어느 방향으로, 도보로 얼마를 가면 인근에 다다를 것을 안내해 준다. 그런데 이 가상공간에서는 코드로 둘러싸인 암흑 천지이다. 어느 실타래가 꼬여 버리면 그것을 풀어 헤치는 데는 나름 고통이 따른다. 그것을 단 몇 초만에 풀어 헤치는 기술자는 얼마나 멋진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가상공간은 web이라는 말처럼 거미줄로 먹이를 칭칭 감싸는 포획의 그물이다.
거미줄이 투명한 색을 띠어 곤충들이 잘 감지하지 못하듯이, 우리네 일상도 이 촘촘히 쳐진 그물망에 갇혀 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줄을 헤집고 나가려는 순간, 이 끈적거리는 줄이 사방에서 팔을 뻗는 것이다. 연결성도 강해, 제일 꼭대기줄에 걸려있는 무언가를 떼내려면 위아래로 엮인 줄을 다 제거해야 한다. 휴대폰 하나를 잃으면 온갖 조치를 다 취해야 한다. 신용카드, 은행계좌...
세계를 옮겨 놓았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일도 겪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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