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내면의 옹알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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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과잉 가을이다. 가을 하면 온 세상이 붉고도 노란 물결로출렁인다. 습기를 제거한 공기는 사람들 활동에도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살짝 햇살을 쬐면 따뜻하기까지 하다. 가을은 언제나 힘겨운 더위에 지쳐 쓰러질 몸을 다시 일으키는 청량제였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들판에서, 푸른 하늘에서, 깊은 계곡을 둥둥 떠다니는 낙엽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여름이 길어진 만큼 가을은 짧아지거나 아예 인식을 하지도 못할 계절이 되어버렸다. 기온이 예전처럼 내려가지 않으니 나무들도 제 항상성 관리에 혼돈을 느끼는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추위에 얼굴을 화끈거리거나차갑게 창백해질 시기인 데, 아직도 여름 색깔은 많이 남아 있다. 여름이 끈질겨졌다. 최후까지 멱살을 잡고 놓아주지 않다.. 2024. 11. 8.
내 이름은 명태 할아버지가 이상 기상을 피해 동해를 튀어나온 이민3세대이다 살아 할아버지는 그 고향 바다를 그리워하였다 했다함경북도에서 이름을 짓고 동해 바다를 유영했다그러던 것이 수온이 올리가 그만 북태평양으로 이민을 갔다.우린 차갑고 시원한 물이 좋다.그런데 오호츠크해에서도 베링해에 사는 동포도점점 살기 힘들어졌다.빙하와 만나던 바다도 우리에겐 점점 뜨거워졌다.어느날 빙산보다 더 큰 배가 나타났다.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큰 그물을 펼쳤다."그 속으로 들어와!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차가운 곳으로 데려다 줄게!"바닷물은 미지근하다. 냉철한 우리에겐 더 차가운 물이 필요하다."애들아! 고향 바다처럼 시원한 곳으로 데려다 준 데""정말?"품에 안기듯 그물은 우릴 감쌌다.퍼득거리는 순간도 잠시, 잠이 들듯 차가운 냉동고에 몸을.. 2024. 11. 7.
공기라는 빈 이름 우리는 공기다. 이름 그대로를 풀어 헤치면 빈 기운이다. 그런데 기운이 있으면서도 비어 있다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그래서 그런지, 온 생명있는 것들은 우리 공기에 절대적으로 신세를 지면서도 그냥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어디 물에 빠지거나지하 깊은 곳, 불에 갇혀 질식할 때 쯤이나 겨우 우리 존재를 간절히 찾아 부르짖는다. 그렇게 우린 생명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잘 듣지 못하고 지낸다. 심지어는 우리 몸을 마구 뒤집어 화석 연료 따위를 섞고는 시커멓고 매케하게 만든다. 우린 이런 세상에서 점점 살아가기 힘들게 된다. 그래서 화성이나 달, 그밖의 다른 별로 옮겨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이르렀다. 여태까지는 우릴 조금 뜨겁게 하거나 맵싸하게 만들.. 2024. 11. 6.
고생을 사서....(2) 드디어 완강하게 버티던 병원엘 오고야 말았다. 오후 진료에도 대기자는 꽤 많아 보인다. 접수 후에 대기실에 앉아 진료실 너머 들려오는 상담 내용을 들으니 조각조각이 살갗을 찌르는 것 같다. 다들 다른 내용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증세로 내원한 것만 같다. '으윽'하고 퉁증을 호소하는 신음이 흘러나올 때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런 때는 대기 순서가 신속히 줄어드는 게 두렵다. 나처럼 허벅지 종기 때문에 온 사람은 보이지는 않는 데, 허리 통증으로 방문한 환자의 외마디 소리가 '차라리 죽여라' 하는 듯 들린다.나도 곧 저런 비명과 함께 할 것이다. 오늘은 준비단계로 이틀 정도 진행정도를 관찰할 기간을 둘 것으로 짐작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대략 알고 있으니 참 버겁다. 드.. 2024. 11. 4.
고생을 사서... 좋지 않은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 예전에 왼쪽 허벅지에 종기가 생겨 병원에서 강제로 압출해 치료를 했다. 그때의 고통이란 가히 공포였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머리가 날카로운 무엇으로 베는 듯 끔찍하다. 그런데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에 같은 문제가 빚어졌다. 이전의 참혹함을 면하려고 별 방법을 다 찾아보지만, 신묘한(?) 민간요법은 없을 듯하다 또 병원엘 가서 그 종기를..,.어후! 생각만 해도 히스테릭하다. "한순간의 고통을 벗어나면 혹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요행을 바라지 않아도 되니 더 늦기전에..."이런 비아냥을 듣고 있지만 도무지 용기가 일어나지않는다. 결국 병원엘 갈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온 신경이 그리로 쏠려있다. 아 젠장!한번 고통을 당해 본 지라 조심한다고 한 .. 2024. 11. 4.
갈 수 없는 길 1. 경계선 밖으로 어릴 때 나는 비교적 몸이 허약한 편이었다. 어머니에게는 늘 그게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보통 궂은 일이면 형에게 다 시키는 것이었다. 동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런 부모님 편애에 형과 동생은 늘 불만이었다."동생이 나약하니 어쩌겠어?"형은 밖에서 놀 때도 항상 나를 보호해 주라는 의무를 안고 있었다. 그 덕택으로 나는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동네엔 또래나 위아래 터울이 나는 애들이 우글거렸다. 6.25 전쟁이 끝난 지 15년쯤 지난 때이니, 베이비 붐이 일어난 시기인 데다가, 피난민이나 일거리를 찾아 주변 농촌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판잣집이 복작복작하게 들어서 있었다. 아니 판잣집이라기보다는 루핑집이라 불렀다.루핑이 roofing이니, 그것은 지.. 2024. 10. 31.
때로는 포기하기 생전 읽지도 않는 소설에 손을 댔다. 읽은 김에 몇 군데에서 독후감 공모전을 진행하길래, 응모하게 되었다. 얄팍한 취미를 덧붙여 감상문을 제출하고는 때가 되어 결과를 열람했다. 살짝 하나쯤은 제일 끝부분 훈격에라도 당선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한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어라!하지만 결과는 모두 탈락이다.그래도 그렇지, 하나쯤은...아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잦은 실패는 히스테리를 유발한다.이럴 줄 알았으면 기존에 수상한 글을 참고하는 건 데, 뭐 잘난 것도 없이 독자적으로 쓰겠다고 끄적거렸으니...한 군데에도 통과 못한 주제에 무슨 변명이 있겠느냐마는...그래도 아직까지도 정신 못차리고 남의 사례를 엿보지 않고는,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만큼은 떨칠 수가 없다. 독후감이란 게 줄.. 2024. 10. 19.
지켜야 할 세계 - 문경민 1. 신념이란 것 약속을 가장 잘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아마도 그것은 약속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말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건네는 순간 이미 표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지도 모른다. 말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이미 부딪힐 것을 예고하고 있다면, 이제 최선의 신뢰는 내뱉은 이의 지키고자 하는 신념에서 나온다. 하지만 정치적이든 일반 생활이든, 우리는 그런 언약이 뒤집히는 걸 숱하게 보게 된다. 그래서 순교자 같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몹시도 숭고한 일이다. 더욱이 말의 전후에 나타나는‘행위’마저 일치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작중에서 보다시피, 윤옥의 나침반 같았던 정훈은 자신의 신념을 꺾어 내다 버리고는 각종 비행과 부정부패를 저지른다. 하성호라는 사이비.. 2024. 10. 13.
건너뛰기 도서관에서 책을 고른다. 너무나 많은 책속에서 선택 장애를 일으킨다. 막상 집어들고 나면 제대로 보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린 결단이다. 이번엔 마음먹고 끝까지 한 번 완독하리라 결연히 일어선다. 그런데 역시나 시작부터 암흑이다.두껍기도 할 뿐 더러 어렵기까지 하다. 안좋은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역자의 생각을 참고해 대략을 파악하는 데에도 역시 암호 해석같다. 기초 지식이 없으니 일반 개념으로 접근해 이해될 리가 만무하다.이런 때 행운 추첨식으로 해당 서적 관련 무료 수강권이라도 경품으로 내거는 데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그런건 없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르나 겨우 웅성거리지 눈을 두지 않는 것은 저멀리 벗어나 있다.그래도 어떻게 이해해 볼 요량으로 사전도 뒤적거리지만 악순환이다.. 2024. 10. 8.
눈부신 안부 - 백수린 1. 이해미는 어릴 때 가 폭발 사고로 언니를 잃는다.이 상처를 견디기 힘든 일상에서 그녀의 가족은 엄마의 독일 유학으로 아빠와 별거한다.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해미는 그나마 현지 파독 간호사 출신 이모들의 보실핌으로 레나. 한수와 잘 지내게 된다. 한수의 어머니는 선자 이모인 데 그녀는 뇌종양을 앓고 있으며, 한수는 이런 엄마의 첫사랑을 찾는 일에 레나, 해미와 함께 하게 된다. IMF로 귀국해 가족이 합류한 후 해미는 잠깐 중단했던 선자 이모의 첫사랑 K.H를 찾는 일에 나선다. 선자 이모가 다녔던 교회를 중심으로 수소문 한 끝에 마침내 첫사랑을 찾게 된다. 그런데 기호는 근호였으며, 남자가 아닌 여자로 밝혀진다. 해미가 상상한 것은 현실에서비로소 껍질을 벗고, 그녀는 우재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 2024.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