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내면의 옹알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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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신을 아십니까? 1. 마스크 쓰기가 신화라고?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된 현상이다. 서울에 사는 딸내미는 코로나 시국이 진입하기도 전에 그것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황사 워낙 심하니, 이미 마스크가 생필품이 되었던 터였다. 딸내미는 지방에 떨어져 살고 있는 내게도 봄철엔 황사나 송홧가루가 비산해 호흡기에 좋지 않으니 그것을 시행하도록 권유했더랬다. 그럴 때마다, 여기는 괜찮다면서 묵살했더랬다. 지금은 실질적으로 팬데믹이 종료되었지만, 요즘은 나도 밖을 나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다중이 몰리는 실내에서는 그것을 착용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원시대에 사냥터로 나서는 데에는, 고작 도구로서의 활이나 창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것을 분실할 경우에는 자기 방어에 치명적 사태를 초래했겠지만, 맨 손으로 대.. 2024. 4. 23.
그러고도 또 그래요? 1. 실수는 후회의 친구 사람은 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우리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는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데, 지나고 보면 '아차' 싶은 것이다. 자신의 편견, 스스로에 대한 관대함, 어차피 현재의 것이 완성 단계로 단 한 번에 승인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심 등등...... 이 모든 것이 눈앞에 닿으면 후회로 전화될 것임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하다. 그런데 그 충격은, 차라리 제대로 모르고 진행한 경우엔 문제가 벌어진 순간에나 빚어지지만, 일단락된 일이 불쑥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 '엇! 이게 아니다.' 란 판단이 들 때면 더 당혹스럽다. 사태 악화를 차단하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때부터는 심적 불안이 커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 2024. 4. 22.
잘 안들려요. 말로 하세요(3) 1. 생명 없는 것이 생명의 언어를 묻다. 길을 지나다 문득 전통 공예 기법으로 제작한 조그만 작품 전시회장으로 눈길이 끌렸다. '살아있는 문화재, 오늘에서 내일로'라는 부제와 함께, 무형 문화재 장인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재는 사람을 가리키는 무형 문화재, 천연기념물 등의 생존 주체를 일컫는 경우도 있으나 주로 숨을 쉬지 않는 무생물이 그 종류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장인의 정신, 영혼이 그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상 생명 없는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생명 없는 것에 에너지를 기입하는 순간, 발길에 걷어 차이거나 물살에 실려 이리저리 떠도는 사물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그 이전에는, 생명체를 감싸고 있던 것이 조개껍질이며 베어져 갖다 붙여진 나무, 세월에 따라 .. 2024. 4. 21.
겉모습이 다는 아니죠! 1. 무얼로 느낍니까? 대상을 지각하는 것은 여러 가지이다. 눈으로 보는 것, 미각을 통한 것, 만지거나 들어 봐서 무게를 짐작하는 것 등. 그런 감각작용을 동원하는 것은 대상이 똑바로 놓여 있는지, 맛이 있는지, 딱딱한 것인 지 등을 느낌과 대조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가장 힘든 것 것이 마음으로 인식하는 것일 게다. 질감 같은 것이야 접촉해 보고는 상상했던 것과 어느 정도 근접하느냐를 판단해 보면 되지만, 속으로 지각하려는 것은 주관적인 기준에 의할 뿐이므로 몹시 힘들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사람을 보면, 햇빛이 강해 눈이 부신 정도를 표현하는 것인 지, 아침에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는 집을 나오는 길에 그를 비난하면서 내뱉는 표정인 지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겉으로는 몹시 무거워 보이는 상자도.. 2024. 4. 20.
감추는 것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1.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 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지친 다리를 좀 쉬게 할 요량으로 공원 벤치를 찾았다. 그런데 누군가 한 사람이 앉아 있다. 자리가 많아 보여도 갑자기 내키지 않는다. 앉을 곳이 많아 보여도 그게 다 빈 곳은 아니구나! 의자 하나하나에도 마치 익명의 이름표가 있는 것 같다. 아주 사적인 전화 통화를 방해받지 않으려거나,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무슨 일을 하려는 외에는, 낯선 사람과의 어색한 거리 외에는 거리낌을 느낄 이유가 없지만, 그렇다. 굳이 경계심을 세우고 거리를 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다른 곳을 찾아 옮겨야 할지 쭈뼛거려지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 괜히 옮기면 상대를 적대시해서 그러는 것으로 오인받을지도 모른다는 눈치까지 보게 된다. 거리를 두고 자리를 차지하기.. 2024. 4. 19.
심심해서 불안합니다 1. 뜻대로 될 바에야 어떤 일을 하든 무엇에 직면하든, 결론을 맺기가 참 힘들다. 그것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버금갈 정도로 애매하다. 분명 마음속으로는 종결 지점을 예정하고 진행함에도 그러하다. 과정을 밟아, 세상 하는 일이 계획한 데로 결말에 도달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문 일이니, 매우 합리적인 일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우연이라는 것이 개입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이것이 궤도를 이탈하는 바람에, 보다 바람직한 맺음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 일은 모두 임의의 결실이란 말인가? 그럴 수도 있다. 농부가 제법 괜찮은 과실을 기대하며 한 해 내내 땀을 쏟아부은 농작물이, 한여름 폭풍우나 이상 기상에 의해 좌절할 정도의 수확 밖에는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뜩이나 산지 .. 2024. 4. 18.
누군가에게 그늘이 된다는 것 1. 삶이 펼쳐지는 곳의 그늘 우리가 사는 일상은 짙은 그늘로 가리기도 하고 타인의 그것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쉐도우 복서는 정식 선수의 스파링 파트너 역할을 하면서 링 위에 오르는 꿈을 꾼다. 가진 부류와 그렇지 못한 존재에게는 공존의 그늘이 드리운다. 합법과 불법적 거래는 그림자 경제로 불린다. 이처럼 그림자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어두운 면이 더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빛이 없이는 생성될 수 없다. 빛과 그림자가 대조되는 게 아니라, 그림자 자체에서 대립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큰 존재에게는 그림자도 커, 햇살을 피하는 이에겐 많은 사람이 모이기도 하고 반대로 빛이 필요한 이에겐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항상 곁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에겐 그림자 같은 .. 2024. 4. 17.
영화는 덜 끝났어요! 1. 이런 또 속았네! 영화 같은 걸 보면, 참으로 장대한 파노라마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실제 그 스펙터클을 체험해 보면, 얼마나 그 광대함을 눈으로 포착할 수 있을까? 물론 흔히들 입에 오르내리는 장소나 설치물을 대하면,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형상에 적잖이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을 과장해 사람들을 유인하는 경우엔, 그 기대치가 한 번에 땅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이런, 또 속았네!" 만약 우리가 영상의 바깥을 동시에 접한다면, 이런 태도에 수정이 가해 질 것이다. 가끔씩 영화를 보다가, 나는 그 장면 하나보다는 사람들이 그 순간에 어떤 표정과 반응을 하는지 슬쩍 훑어보는 게 더 재미있는 때도 많았다. 연인들끼리 로맨틱 영화를 보는 경우엔,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도 그. 그녀의 시선을.. 2024. 4. 16.
너무 잘게는 살지 맙시다. 1. 상상에서 만나는 거대 서사 웬 종일 걷고 헤매느라 몸이 피곤한 하루이다. 그래서 감기는 눈꺼풀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일찍 잠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어찌 된 것인 지 쉽게 잠을 청하질 못하는 것이다. 머릿속 자체가 더 무거워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을 더 힘들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상상을 해댄다. 콜레주 드 프랑스 아시아 학회 도서관에서 최근 발견되었다는 광개토대왕비문 탁본이 불쑥 화면을 채운다. 일본과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전면에 배치된 이 비문. 서기 391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니, 그 시기에 그 비문의 서사를 쪼아 대 비틀어 버린 것일까? 내 머릿속 상상에서는 광개토대왕께서 왜구를 격멸하고 지금의 일본 땅에 식민으로 삼은 백제, 신라, 가야 유민들을 통한 지배 정책이 꿈의.. 2024. 4. 15.
잘 안들려요, 말로 하세요(2) 1. 사람에겐 소리이지만 그들에겐 언어입니다. 햇살이 따갑다. 작열하는 햇빛 아래로 벌들이 꿀을 채집하느라 분주하게 꽃송이를 옮겨 다니며 웅웅거린다.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차양 아크릴 지붕은 몸을 비틀며 균열하듯이 '뜨덕' 소리를 낸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아, 더워!" 행인들의 입에서는 이런 푸념이라도 터지지만, 사물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온 몸으로 흡수하는 뜨거움이야 이미 행인들의 기피 대상이 될 뿐, 그늘을 찾는 이외엔 환영받지 못한다. 이 즐거운 날의 성찬을 탐닉해 바삐 하루를 엮어 가는 것들도 많기는 하지만... 벌들이 무수히 '붕붕'거리며 날개짓을 해대는 것은 분명 꿀을 제공하는 꽃들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이리라! 꽃들은 암술을 밝게 내밀어 이.. 2024.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