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문화연예' 카테고리의 글 목록 (9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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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103

'개불쌍'한 자유 1. '개~...' 의문의 1패"개불쌍하네!"이는 개가 불쌍한 게 아니라, 형편이 대단히 딱한 처지에 있다는 뜻이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에 있는 개라면, "개불쌍한 개네!"라고 그 맥락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이미 개는 안타까운 대접을 받는 존재로 쓰이면서도, 그가 주체가 될 경우에는, 마치 접두어처럼 쓰이는 '개~'라는 표현의 악센트를 갖는다. 개는 좋은 수식어보다는 주로 나쁜 뜻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더 많은 듯하다. 사람이 도리를 잊어버리고 엉망이 될 때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개차반'. '개 같은 x'......비유법으로 사용되지만, 실 내용은 그와 동일하거나 그보다 더 저열한 행위에 붙여지는 것이다. 개가 뭔 잘못을 그렇게 했길래 이런 불편하고 부당한 취급을 받는 것일까?아니 조금 더 뒤집.. 2024. 4. 30.
방해받을 자유 1. 조용한 자유를 찾습니다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이 계속되다가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좋은 날이라 그럴까?집 주변 공원과 가로수 길이라 이름 붙여진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뜨거운 곳을 피해 그늘 어딘가에 좀 앉으려 했더니, 그럴 만한 곳이 없다. 볕을 피해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벤치 하나를 간신히 확보했다. 근래 들어 사람들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그래도 몸이 스르르 내려앉는 느낌이다. 앞서 가면서 도자기 굽는 일로 다투던 부부는 이제 말다툼을 그쳤을까?어떤 그릇을 만들고 있는 지, 설전을 벌일 정도로 긴요한 것이었을까?관심 없는 내용이라면 그렇겠지만, 의견이 갈라서는 곳에는 사람 사는 일이 있다. 항상 한 방향이 지시되어 한 곳으로 향하면 바람직하겠지만, 왈가왈부.. 2024. 4. 29.
기억과 기록 1. 잊기 위한 기록기억을 기록하지만 기록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록은 그 목적이, 기억하기보다는 잊기 위한 것이다. '기억하라. 기록하라'는 것은 어느 일방의 목적과 수단이라기보다는, 양자의 방법을 모두 동원하라는 뜻이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으니 기록이라는 객관적 보조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심지어 기록을 보고도 자신의 시간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느 한 곳에 처박혀 있는 오래된 사진이나, 글 쓴 노트를 발견하고도, 그 내용을 보면 완전히 낯선 것이라는 걸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누구랑 거길 갔다고?''그떄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기억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새로운 내용들이 덧씌워질 때는 무의식 아래층에 묻힐지는 몰라도, 대부분 새로운 입력에 의해 지워진다... 2024. 4. 28.
근본은 다르지 않다 1. 다른 것이 어울린다.세상의 사물은 본질이 있다면 현상은 그것의 발현 내지 재현이다. 돌에 붙은 이끼는, 그 자체의 생성을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단단한 돌에 달라붙어 그 성상을 나타낸다. 그보다 무른 나무, 아니 그 감각과 훨씬 잘 어울리는 듯한 땅바닥은 그나마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딱딱한 바위라니?아마도 습기는 이끼 자신이 머금으면 되고, 물이 쉽게 빠지는 곳을 선호한 탓이리라. 그렇게 암석은 감각상의 굳은 질감에서 벗어나, 부드럽고 생기있는 초록을 얹고 있다. 우리가 얼른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 위에 덮여 사는 양치식물이다. 이 말랑말랑한 감촉이 그 대척점에 있는 강도의 사물과 한 몸처럼 얽히다니!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이 돌덩이도 낙엽이 썩어 흙이 되고, 세월을 지나 그 위에 쌓인.. 2024. 4. 27.
읽히지 않는 글 1. 벽에다 대고 말하는 건가요?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쓰는 글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모르겠다는 것이다 개인사를 혼자 간직하는 일기처럼 적나라하게 기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읽는 사람이 어떤 의도와 결론이 따른다는 걸 알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것을 듣는 대로 해석한다면,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못 새겨 읽는 것은 네 수준 문제이다. 흔한 이야기를 엮어 봤자 말 그대로 개인적 기록으로 보관하고 말지, 누가 보든 말든 나는 내 생각을 기술할 뿐이다!'사실 생각해 보면, 그들의 지적이 맞다. 글을 통해서 타인과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인 데, 어쩌면 남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나 자신만 알 수.. 2024. 4. 26.
대체 어디 있는 걸까? 1. 찾는 건 가까이에 있어요집 근처에서 춘란 자생지를 발견했다. 난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곳에서는 눈길도 가지 않는 전형적인 푸르죽죽한 일반 개체이지만, 코 앞에 있는 곳에서 그것을 발견하다니!그것에 취미를 가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매번 가슴이 설렜던 그 활동도 이젠 시들해져 중단했지만, 여전히 춘란을 대할 때면 개안하는 기분이다. 동료들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문득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 주변 야트막한 동산이라도 기웃거릴 땐, 그게 그렇게도 눈에 띄지 않더니......지금은 그 존재를 목격하더라도 눈으로 보거나 사진을 찍어 기념하는 외에는 일부러 집으로 옮겨 오지는 않지만...어쨌든, 별로 상상이 안되는 곳에서 뜻밖에 그것을 만나니 반가울 따름이다. 야외 전시장을 하나 마련.. 2024. 4. 25.
용서한다는 것 1. 용서의 역학 용서한다는 것은 지난 과거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비난받을 내용을 모두 삭제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지난 일을 다시금 문제 삼지 않는다는 태도이지만, 흔적을 모두 지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일을 행함에는, 상대보다는 실질적 우위에 있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피해자가 가해자를 끌어안는 것은 그 관계 자체에서 보면 파생되지 못하는 역학관계이다. 용서를 통해서 서로가 물리적으로 동등해지는 건 아니다, 권력자는 여전히 권력자이고, 가해자는 계속 그러할 뿐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수평선 상에 놓인다면, 그것은 심리적 지평선뿐이다. 한 번도 같은 선 위에 놓여 보질 못했던 존재간에는, 공감이라는 지평이 열린다.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정말 마음속에서 강한 갈등이 생긴다. 용서받을 자격,.. 2024. 4. 24.
물신을 아십니까? 1. 마스크 쓰기가 신화라고?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된 현상이다. 서울에 사는 딸내미는 코로나 시국이 진입하기도 전에 그것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황사 워낙 심하니, 이미 마스크가 생필품이 되었던 터였다. 딸내미는 지방에 떨어져 살고 있는 내게도 봄철엔 황사나 송홧가루가 비산해 호흡기에 좋지 않으니 그것을 시행하도록 권유했더랬다. 그럴 때마다, 여기는 괜찮다면서 묵살했더랬다. 지금은 실질적으로 팬데믹이 종료되었지만, 요즘은 나도 밖을 나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다중이 몰리는 실내에서는 그것을 착용한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원시대에 사냥터로 나서는 데에는, 고작 도구로서의 활이나 창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것을 분실할 경우에는 자기 방어에 치명적 사태를 초래했겠지만, 맨 손으로 대.. 2024. 4. 23.
그러고도 또 그래요? 1. 실수는 후회의 친구 사람은 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우리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는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데, 지나고 보면 '아차' 싶은 것이다. 자신의 편견, 스스로에 대한 관대함, 어차피 현재의 것이 완성 단계로 단 한 번에 승인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심 등등...... 이 모든 것이 눈앞에 닿으면 후회로 전화될 것임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하다. 그런데 그 충격은, 차라리 제대로 모르고 진행한 경우엔 문제가 벌어진 순간에나 빚어지지만, 일단락된 일이 불쑥 마음을 헤집고 들어와 '엇! 이게 아니다.' 란 판단이 들 때면 더 당혹스럽다. 사태 악화를 차단하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때부터는 심적 불안이 커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는 게 병이다.'라는 .. 2024. 4. 22.
잘 안들려요. 말로 하세요(3) 1. 생명 없는 것이 생명의 언어를 묻다. 길을 지나다 문득 전통 공예 기법으로 제작한 조그만 작품 전시회장으로 눈길이 끌렸다. '살아있는 문화재, 오늘에서 내일로'라는 부제와 함께, 무형 문화재 장인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재는 사람을 가리키는 무형 문화재, 천연기념물 등의 생존 주체를 일컫는 경우도 있으나 주로 숨을 쉬지 않는 무생물이 그 종류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장인의 정신, 영혼이 그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실상 생명 없는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생명 없는 것에 에너지를 기입하는 순간, 발길에 걷어 차이거나 물살에 실려 이리저리 떠도는 사물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그 이전에는, 생명체를 감싸고 있던 것이 조개껍질이며 베어져 갖다 붙여진 나무, 세월에 따라 .. 2024. 4. 21.